래리/ <모든 것이 밋밋하게>되거나 설명을 덧붙이는 등, 조작된 환상을 만들어 내기 위해 리얼리스트는 우연을 자주 이용합니다만, 당신의 작품은 그런 차원의 우연과는 다릅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곳에서 수수께끼나 우연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수수께끼나 우연이 지배적인 원리로 작용하면서도 끊임없이 인과율이나 합리성과 충돌하고 있어요.
오스터/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내가 우연 혹은 우연의 일치라고 부르는 것은 조작에 대한 욕망과는 별개입니다. 18~19세기 무렵의 졸렬한 픽션에서는 한창 그러한 욕망이 무성하였습니다. 기계적인 플롯을 이루는 장치, 모든 것을 끌어다 붙이려는 충동, 등장인물 모두가 결국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판명되는 해피엔드 등이 그러한 예가 될 것입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 예상할 수 없는 것의 존재, 압도적인 곤란으로 가득 찬 인간의 경험, 이 순간과 다음 순간 사이에 무언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그때까지 지녔던 세계에 대한 확신이 한순간에 산산이 부서진다는 것입니다.
철학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우발성의 힘이라는 것이지요. 우리의 삶은 실로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 그것은 세계에 속한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쓴다 해도 세계는 우리의 이해를 벗어나는 하나의 장(場)인 것입니다. 이러한 수수께끼에 대하여 우리는 언제나 마음의 자세를 가다듬고 대처하려고 하지만, 결과는 비참할 뿐만 아니라 코미디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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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의 오스터를 통한 장삿속은 어디까지 뻗어갈까.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오스터의 열기는 우리 못지 않은 것 같다.
폴오스터의 인터뷰 두 개와(제법 깊이있는), 오스터를 읽는 키워드(라는 다분히 일본적인 소재), 99년까지의 작품 소개와 간단한 해설(오래전 기억을 되살려 주는 효용만)이 실려있다.